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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370 비행기 실종사건, 음모이론과 다큐멘터리

by 마케터진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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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새로 공개된 다큐멘터리 'MH370 비행기 실종사건'

범죄 다큐멘터리 마니아라 그것이 알고싶다 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범죄/미스터리 다큐멘터리는 거의 다 본 사람으로서 놓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사건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으로 가던 말레이시아 항공 항공기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부터 실시간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3 편이나 되는 다큐가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 작품이 현재 캐나다 넷플릭스 TOP1, 릴리즈 된 지 일주일도 안된 걸 생각하면,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MH370 비행기 실종사건

이 사건에 대해 혹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2014년에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 보잉777 항공기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승무원 12명을 포함해서 탑승객 239명이 전원 실종되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실종이지만 사실상 사망한 것이나 다름 없다. 21세기에, 여객 항공기라는 첨단 제도 안에서 아무도 영문을 모르는 채 239개의 죽음이 발생했다.

재난이었다.

 

유가족들,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항공사 측, 말레이시아 정부, 유가족의 고국이었을 중국 등 각 나라의 사람들, 항공기 잔해 수색에 참여한 베트남과 호주를 비롯한 12개국 사람들, 항공 위성 등에 관련된 기술자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이 얽혀있다.

수많은 추측과 가정, 음모이론 등이 등장했었다. 그런데, 결국 명확한 결론은 없는 채로 공식 조사는 종결되었다.

결론이 나지 않은 미스터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MH370 비행기 실종사건’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몇 개의 가설(이라 부르지만 음모이론에 불과한 것들)을 나열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3편의 다큐가 끝날 때 까지 별다른 관점을 보여주지 않은 채,
공식 조사단의 입장,
조종사가 납치 (또는 자살비행) 했다는 설,
러시아 납치 (혹은 격추) 설,
미국 격추 설 등을 각각을 주장했던 사람들 입을 통해 이야기할 뿐이다. 

 

세 시간여 동안 조금 자세한 위키 문서를 읽은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나무위키를 읽는 것이 훨신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아무 증거가 없고 공식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특정한 스토리를 잡아나가기엔 어려운 소재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사실들을 사람들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었어요, 라고 하면 된다는 것일까?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다루는 거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가?

 

무언가를 보여줄 때에는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
적어도 60분 짜리 ‘그것이 알고싶다’ 한 편만 보아도, (미제사건을 다룰 때에도) 제작한 사람들이 그 사건을 보는 태도와 관점, 그리고 이를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들 (때로는 개별 사건 차원을 넘어 시스템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 까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방송국 놈들이 매주 만드는 프로그램임에도 그렇다.
(여담이지만, 이런 점에서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꽤 훌륭한 범죄 다큐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 있는 수많은 해외 쇼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더 문제인 것은, 이 다큐가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보여줬다는 점에 있다.
섭외가 안되서였는지, 의도적인 누락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건 초반부터 항공기 잔해 수색에 깊이 관련되어있었던 호주 쪽 정보들이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내가 당시 호주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호주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정보가 대중적으로 업데이트 되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 정부 쪽에서 상당히 초반부터 위성 사진으로 비행기 잔해로 추청되는 것을 발견했고, 수 년이 지난 후 블랙박스 신호가 잡히기도 했다. 사실상 호주 서쪽 인도양에서 추락했다는 것이 결론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이 정보를 누락했을까? 한국 나무위키에도 나와있는 내용인데 말이다. 

 

 

화제성에 집중한 다큐멘터리의 윤리

다큐멘터리 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1위라는 지금의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듯, 'MH370 비행기 실종사건'은 전세계 규모의 화제성을 가진 뛰어난 소재다. 소위 ‘어그로’를 끌고, 인기와 돈을 모으기에도 좋다.
실제로 이 사건을 소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심으로인지, 돈 냄새를 맡았서였는지, 관종이어서였는지 모르지만- 화제와 돈을 끌어모았다.
이 작품에도 말도 안되는 것 처럼 보이는 음모이론을 가지고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뭐가 다른가?

 

음모이론을 이용하는 콘텐츠들

한동안 한국에서도 범죄 관련 콘텐츠들이 유행했다. 안정되게 방송을 이어나갔던 ‘그것이 알고싶다’ 등의 프로그램을 넘어, 새로운 범죄 콘텐츠들이 등장한 것이다. tvn의 ‘알쓸신잡’ 시리즈의 주제가 범죄가 되어 ‘알쓸범잡’으로 바뀌기도 했고, 여타 종편 방송국들에서도 전문가가 출연하여 범죄 이야기를 풀어내는 콘텐츠를 여럿 만들었다. SBS의 ‘꼬꼬무’가 큰 인기를 끌며 ‘당신이 혹하는 사이(당혹사)’라는 제목으로 음모이론 전문 콘텐츠가 한동안 방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범죄 콘텐츠 마니아인 나로서도 당혹사가 나온 시점부터 개인적으로 피로감을 많이 느꼈다. 그알-꼬꼬무-당혹사는 많은 자료(자료 화면 까지!)를 공유했다. 그래도 꼬꼬무는 새로운 형식적 시도와 감정에 와닿는 관점으로 한동안 꽤 즐길 수 있었던 콘텐츠였다. 그런데, 당혹사를 볼 때에는 자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음모이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마지막에 뭔가 깊이있게 생각해야하는 것 처럼 급마무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거기서 느꼈던 석연찮은 감정의 정체가, 바로 여기, ‘MH370 비행기 실종사건’을 본 후 내 안에서 확실하게 정리되더라.

 

무책임하게 사람들의 호기심에 기대어 자극적인 정보들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화제성과 흥행을 노리겠다는 태도에서 오는 불쾌감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 중 한 사람인 내가 할 이야기인가 싶기는 하지만.

 

 

범죄는 반드시 피해자를 전제한다.

범죄를 다루는 콘텐츠는 특히 더 그 태도와 관점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범죄에는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의 인생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MH370 비행기 실종사건’으로 돌아가보자. 작품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바다를 보고 있는 유가족들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범죄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유가족의 상실과 슬픔, 분노에 공감하는 것이 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취한 태도이다. 앞에 언급한 많은 문제들 때문에, 나에게는 진심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게으른 마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그에 더해 어쩌면, 그들의 슬픔이 이 작품을 위해 단지 이용된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느낀다.

 

그런데, 유가족들의 입장은 어떠할까? 이런 작품으로나마나 사람들이 다시 MH370에 대해 기억하고, 슬픔과 분노에 공감해주는 것을 더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족,

그러고 보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도 하루이틀 캐나다 TOP10에 들어있었던 것 같다. 그 작품은 보지 않았지만 별로 볼 마음도 들지 않는다. 나름대로 다큐멘터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내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반응과 입장을 살펴보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겠는(?) 것들이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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